미움받을 용기 읽는얘기




인생을 충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 시키며 살고 있나

-『미움받을 용기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22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도 이미 몇 주 전 얘기가 되어버린 『미움받을 용기』가 기어이 내 손에도 쥐어졌다. 저자도 생소하고 북 디자인이 아주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아들러’는 대체 누구인가 싶지만 제목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툭 때리고 지나가는 힘이 있다. 한때는 누군가(정확히는 이 세상 모든 이들, 전 인류)에게 미움 받지 않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양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나를 즉각 변신시키던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을 그 때 읽었다면 나는 조금 더 일찍 편하게 살 수 있었을까.

책 서두의 ‘추천의 글’에서도 적혀 있듯 이 책은 읽다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하고 저자의 주장에 설득당하기도 하다가, 또 어떤 주장은 전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트라우마 이론을 전적으로 부정하면서 ‘내가 불행해지길 원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괴로움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에는 절반은 동의, 절반은 동의할 수 없다. 어릴 적 친구 중에서도 그보다 더 어린 시절에 겪었던 불운한 스토리를 일 년 내내 친구들에게 얘기하며 “그러니 나는 행복하지 않아.” 단정 짓던 아이가 있었다. 얼굴을 삐딱하게 돌리고 손을 비비 꼬면서 ‘뭘 해도 어쩔 수 없어. 난 불행해. 아마 앞으로도 계속 불행할 걸?’ 표정 짓는 친구의 얼굴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남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커서야 알게 됐다. 그 친구는 마음 놓고 행복해지는 걸 두려워 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연민을 구하는 방식이야말로 그 친구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관심 끌기’ 전법이었다는 것.






꽤 신선한 얘기를 하는 것 같은 아들러도 가끔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한다. ‘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다’ 라든지,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분노라는 도구에 의지하는 대신 언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말이 있다’ 라든지. 정말 현실감 없는 이상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책 속에서 ‘철학자’에게 계속 대들며 자신을 좀 더 강하게 설득시켜 보라고 주장하는 ‘청년’의 마음을 십 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줘도 그렇게 살기보다 비아냥대며 되받아치기 바쁜 사람들은 결국 인생의 답을 한 번도 자신 안에서 해결하지 못한 채 평생 ‘나는 시대를, 부모를 잘못 타고 났어.’ 저주하다가 삶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들의 뒤를 밟으며 내 인생을 축내지 않겠노라 다짐 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결론을 내릴지라도 내 삶에는 내가 확고히 붙드는 인생의 정답, 행복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들러의 주장과 같든 다르든. 아들러는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되 내일의 나를 기대하며 살아야 한다’로 결론을 내렸다. 난 그게 모든 인류에게 적용 되어야 할 ‘정답’이라기보다는 그 편이 ‘살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살기 편하다라. 신선놀음 같은 말이지만 그것이야말로 불행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살 수 있는 방식이다. 나는 욕망 덩어리로 살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고 이번 생은 망했다는 심정으로 자포자기할 만큼 불성실하진 않으니 이런 나에게 아들러가 권하는 삶의 지침은 참 적당하다. 이 말만큼은 백퍼센트 동의할 수 있겠다.

누군가 세상의 흐름에 휘말려서 남의 인생을 쫓아야할지, 자신의 내면이 주장하는 바를 믿어야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면 첫째로 그 사람의 삶을 위해 기도하고 쉬운 말로 써진 성경을 건네겠지만, 만약 그 사람이 영 성경을 읽지 않을 사람이라면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아들러처럼 얘기할 것이다. 이 얘길 다 듣고,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은 너의 자유라고. 나야 이런 저런 조언을 해줄 수야 있지만, 결국 네 인생은 네가 소화한 방식대로 흐를 것이고 그게 네가 살고 싶은 인생의 방식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덧글

  • luchador 2015/08/06 23:41 # 답글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 소박하고도 2015/08/07 11:47 #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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