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이 준코,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읽는얘기





몇 년 동안 읽은 아이, 임신, 육아 주제의 책과 글은 우 아니면 좌였다.

한쪽에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 임경선 작가의 <엄마와 연애할 때>, 작가님이 딸과 관련해 올리는 트위터 글들, 초등학생 아들과 대학생 딸을 키우는 내 페친의 글이 있다면(이것 말고도 이쪽 방향의 콘텐츠나 대화는 일상생활에서 무궁무진하게 접하고 있고)
반대쪽에는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엄마됨을 후회함>, <나는 노벨상 부부의 아들이었다>, <자식이 뭐라고>, <아이 없는 완전한 삶> 같은 책들이 있다.
이쪽 방향은 내가 의도적으로 찾아 읽지 않으면 아무래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긴 힘든 얘기들이라 괜찮다 싶은 책이 나오면 찾아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아이 없는 완전한 삶>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복에 겨웠다 싶을 정도의 복지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육아 고민을 다룬 책이라 잘 와닿지 않았고
<나는 노벨상 부부의 아들이었다>는 생각보다 밍밍하고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는 일본 책이라 어떤 고민들은 피부로 와닿고 어떤 사회현상들은 한국보다 더 심각해 일본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 흥미로웠다.

사카이 준코는 사십대 비혼 여자 작가인데, "일본의 현재 저출산 정책은 형편 없으니 사람들이 SNS에 '아이 낳아 기르니 행복하고 즐겁다'는 모습을 거짓일지언정 계속 올리면 그것이 앞으로 출산율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는, 응? 뭐라고? 같은 말도 많이 한다.
일본 남자들도 한국 남자들만큼 가족을 책임지고 가족에 얽매이는 삶을 부담스러워한다는데 그런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는 남자들이 많아 여자들이 결혼을 못 하고 있다는 건(미혼의 젊은 남녀가 많은 이유가 남자쪽에 있다고 말하는 것) 한국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우린 여자쪽에서 결혼을 원하지 않는 이야기가 더 익숙하니까.

이런 현상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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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혹은 임신을 원하는 젊은 여자를 젊은 남자들이 부담스러워 함 -> 결혼 시기가 늦어진 여자들이 많아짐 -> 나이 많은 여자와 결혼하려는 남자 없음 / 여자 역시 원하는 남자 찾기 어려움  -> 원해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나이대의 여자들 증가 / 남자는 언제나 정자 생산이 가능하므로 임신에 대한 나이 든 여자들의 고민을 공감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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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일본의 보편적인 사회현상인지 아닌지 궁금하다. 애 낳고 싶어,라고 말하는 여자를 부담스러워해서 결혼하지 않는다고? 그건 우리 나라에선 보편적이진 않지. 여자에 비하면 남자쪽에서 훨씬 더 애 낳고 싶어,라고 말한다는 게 우리의 보편.

아베가 저출산, 노동부족현상을 극복하려고 '더 많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막상 아베 부부는 아이가 없는데(근데 이 책은 이 얘길 계속 '아베 부인은 아이를 낳지 않았다'라고 표현하더라) 사람들이 아베 부인에게 '아베 가문의 며느리로서 자격이 없다'라고 욕한다는 건 참 어지간하다 싶다. 
생각해보니 우리 나라도 보수든 진보든 아이 없는 높은 직급의 정치인들이 한 명도 떠오르질 않는다. 우리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힘든 걸까 우리 나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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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를 낳지 않으면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회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 등 남녀를 자꾸 나누려고 하는 생각은 많은 사람을 정말 살기 힘들게 만들 테니까요.(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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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본에서 결혼이란 '자녀를 만들기 위해 하는 행위'입니다. 결혼했으면서도 아이가 없으면 "왜 결혼한 거야?"라는 소리를 주위에서 듣게 됩니다.(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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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으로 여성은 결혼뿐만 아니라 아이까지 낳아야 출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 각료들이 소개되었는데 여성 각료에 한해서는 아이와 관련된 내용까지 나와 있었기 때문이죠. 오부치 유코 씨 칸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어머니.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학교와 유치원에 보낸 후에야 일을 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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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직장에서 아이를 가진 여성들을 차별했지만 앞으로는 아이가 없는 여성들을 차별하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즉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여성은 뭔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겁니다.(1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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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세상에 임신도 안 했는데 결혼까지 골인하는 것은 여성에게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지 않느냐는 반문입니다. 임신이라는 비상수단을 쓰지 않고 당당히 실력으로만 상대방이 결혼할 마음을 먹게 했으니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란 얘기였습니다.(1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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